제목 : 평화로운 이스라엘
매체 : 매일경제
게시일자 : 20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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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면 떠오르는 것은 성지의 나라, 똑똑한 국민, 그리고 분쟁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에 오면 세 번 놀란다. 성지이지만 기독교인은 별로 없고 이스라엘 학생들은 창의력은 뛰어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력 평가 순위에서는 우리에 훨씬 뒤진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평화롭다.
예루살렘은 3대 종교 본산으로 순례자들이 운집하고 교회, 모스크, 유대 회당이 공존하는 성지로서 기품이 있다. 연중 해수욕이 가능한 지중해를 낀 텔아비브의 맑은 하늘과 푸른 녹지, 특유의 주황색 지붕 주택들이 어우러진 정경은 미국 서해안 도시를 연상케 한다. 그러다 간혹 음속을 돌파하며 정적을 깨는 공군기들의 훈련이 이란 공격설을 일깨우며 이곳이 평화와 여유의 나라만은 아님을 알려준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무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는다는 단호한 의지로 이란에 대해 전례 없는 국제적 제재를 이끌어냈다. 이스라엘 내에도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에 관해서는 찬반이 있지만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이란의 핵 보유는 용납 못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스라엘이 아직 핵무기를 가진 것은 아니고 보유 의사도 없다고 주장하는 이란을 `존재적 위협`이라 하는 것을 보면 두 차례 핵 실험 후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의 핵문제는 무엇이라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된다.
이스라엘의 안보관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입각한다. 아랍 민주화의 전초일 수도 있는 `아랍의 봄`은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역내 불안정을 야기할 `아랍의 겨울`이란 것이 이스라엘 식자층의 일반적 정서다. 나라 없이 2000년을 지내다 600만명의 희생을 겪고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 사람들만의 유별나게 비관적인 안보의식 탓인지도 모른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우수한 인적 자원만으로 OECD에 가입하는 경제적 선진화를 이룬 점 외에 어려운 주변의 도전에 대응하며 애국심, 안보의식이 남다른 것도 같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건국 이래 6번 전쟁을 치르며 조금 유별나다고 볼 수도 있는 안보관을 갖고 있는 데 비해 우리는 6ㆍ25 후 불안하지만 지속적인 평화에 더 길들여진 것은 아닐까? 평화는 우리의 지상 과제지만 평화를 지키는 것은 굳건한 방위태세와 단합된 안보의식이다.
별난 안보관을 가진 나라에 있어서 그런지 62번째 6ㆍ25를 맞으며 우리의 안보의식은 그들에 비해 어디쯤 되는지 돌아보게 된다.
[김일수 주이스라엘 대사]